FINE_NEWS FINE_CHEMI FINE_PEOPLE FINE_CSR FINE_TREND
추천키워드
인기글
본문 바로가기
FINE_PEOPLE 2013. 7. 1. 10:12

히말라야를 걷다 (히말라야 여행기①)

 히말라야를 걷다 (히말라야 여행기①)

 

 

안녕하세요 정밀화학 유쾌발랄소화제의 소통입니다. 오늘 발랄한 정화인의 신규 필진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정밀화학 공정개발팀 김기주 주임인데요!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행에 옮기고자 네팔로 떠난 히말라야 여행기 :) 함께 보실까요?

 

안녕하세요. 정밀화학 공정개발팀 김기주 주임입니다. 여러분 혹시 한때 열렬히 꿈꾸었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그저 마음속에 담아 두고 가끔씩 떠오르는 기억에 아쉬워만 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이제는 멋진 추억으로 남아 저에게 힘이 되고 웃게 하는 저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2011년 여름 저는 지나가는 20대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오는 30대에 대한 걱정과 불안함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실제 맞이한 30살은 별거 아니였는데 그때는 왜 그랬었는지.) 그러던 어느 날 평소 하고 싶은 일들이 생각 날 때면 적어 두었던 노트를 뒤적뒤적 하다 보게 된 버킷 리스트 한가지.

 

네 팔 트 레 킹 가 기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고 꼭 가고 싶었습니다. 갔다 오면 제가 가지고 있던 걱정, 불안감들을 다 떨쳐 낼 수 있으리라 생각도 들었구요. 이렇게 우연히 제게 다시 찾아 온 버킷 리스트를 소중히 간직한 채 여행을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1. 산에 오르기 전까지


평소 저는 내 몸 하나는 내가 지킬 수 있을 때 행복한 여행이 되리라는 생각을 가져 왔습니다. 조금은 충동적으로 떠나는 여행이었고 특히 혼자였기에 많은 걱정들이 생기기 시작하였는데요 이러한 걱정들을 채우기 위해 '먼저 체력이 우선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거의 매주 토요일, 일요일 영남 알프스의 산들을 올랐습니다. 그리고 먼저 트레킹을 다녀 온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고 제가 무엇을 준비해야하고 주의 해야 할 점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대비 하였구요.


그렇게 다섯 달의 시간이 지나고 '이 정도 준비했으면 문제없다는 생각'과 한껏 단단해진 저의 허벅지와 종아리를 믿고 네팔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2. 드디어 히말라야를 걷다


제가 선택한 트레킹 코스는 히말라야 설산들의 멋진 일출을 볼 수 있고 네팔리들의 일상 모습도 가까이에서 체험해 볼 수 있는  해발 3,210m 부근에 위치한 푼힐전망대(Poon-Hil)를 왕복하는 3박 4일 코스였습니다. 사실 코스를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멀리 네팔까지 가는데 좀 더 높은 곳까지 오르고 싶은 마음과 한정된 일정(7박8일) 사이에서 결국 저는 무리하지 않고 아쉬움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네팔을 떠나 올 때 저 때 남겨 두었던 아쉬움 때문에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는 크게 안나푸르나지역과 에베레스트지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자세한 트레킹 코스는 히말라야를 걷다 2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푼힐전망대는 안나푸르나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Pokara)에서 출발 할 수 있습니다.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는 포카라 시내에서 약 2 ~3 시간정도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는데요 외국인이라고는 저뿐이었던 버스 안에서 잔뜩 긴장된 마음으로 주위를 살피던 때 한 일본인 할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길게 늘어뜨린 흰 머리와 수염이 마치 도인 같아 보여 처음에는 조금 무서운 마음이 들었지만 할아버지께서는 이틀동안 함께 걸으면서 히말라야 산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산에서는 체력이 중요하다며 음식도 챙겨 주시고 내가 힘이 빠져 뒤쳐질 때면 응원도 해주셨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운 만남이 아닐까. 이렇게 좋으신 분을 시작과 동시에 만나니 이번 여행이 멋진 일들로 가득하리라는 확신이 들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트레킹 첫째 날의 오전은 마치 우리 나라 산속을 걷는 것과 비슷하였습니다. 푸르른 나무와 예전 외할머니댁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꽃들 사이를 걸으며 마음 한 켠의 걱정과 고민들을 날려 버릴 수 있었고 '역시 오길 잘했다'며 이러한 결정을 한 나 자신을 스스로 대견해 하였구요.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걷기를 시작하였는데 첫 번째 날 숙소로 정한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약 3,800 여개의 계단을 올라야 했습니다. 이미 이 계단의 악명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들어 알고 있었고 최대한 덜 힘들게 오르는 다양한 방법들을 메모하고 기억해 왔건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오르려고 하지말고 100개씩 나누어 오르세요"
"계단의 방향이 바뀌는 부분씩만 나누어 오르세요" 등등      


물론 처음엔 100개씩 나누어 계단을 올랐습니다. 하지만 점점 올라가는 계단 숫자가 줄기 시작하고 숨소리는 거칠어 가고 준비한 물과 간식은 점점 줄어만 가더니 결국에는 한 계단 올라가서 쉬고 그 다음 계단 올라가서 쉬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에서 단련한 제 허벅지와 종아리가 부끄러워 지는 순간 이었습니다.


숨을 헐떡거리며 앞으로 오를 계단을 보며 허탈 해하고 있는 제 곁으로 초등학교 어린 학생들이 나에게 하얀 이를 들어 내며 웃어 주었다. 물론 나를 응원하는 거였겠지만 축지법을 썼는지 금새 내 눈에서 사라진 아이들을 보면서 잠시 나를 비웃은 건 아닐까 모난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학교를 가기 위해 하루에 왕복 7,600 여개의 계단을 오르고 내릴 그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짠해지기고 하였구요. 결국 해가 지기 직전 겨우 마을에 도착하였고 떡실신이라는게 무엇인지 그날 밤 나는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 우연히 창가를 보았을 때 눈이 마주친 일본인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빨리 나오라는 손짓을 하셨고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내려간 내 눈앞에 펼쳐 졌던 건 바로 "설산"이었습니다. 예전 인도 타즈마할에 같을 때 느꼈던 기분과 비슷하였는데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그리던 그 건물, 풍경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는 그 황홀한 상황. 저에게 허락되었던 건 5분 남짓 이었지만 그 아침의 강렬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히 남아 저를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두 번째 날의 일정은 푼힐 전망대 바로 아래에 위치한 마을까지 걷는 것 이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다리 상태도 괜찮았고 걷는 거리도 짧아 점심 시간 즈음에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전망대에서 가장 가까운 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정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 메뉴판을 뒤적이는 순간, 세상에나 피자가 있었습니다. '여기는 해발 3,000m 가 넘는 곳인데 어떻게 재료를 구할까' '맛없으면 어떡하지 높은 곳에서 음식남기면 예의가 아니 라던데' 호기심 반 걱정 반 하던 와중에 서빙된 피자.

그 맛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맛본 그 어떤 피자보다도 맛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이고 있네요.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마을 구경에 나섰습니다. 저 멀리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일까 가 보았는데 70~80년대 우리 나라 드라마에서 나오던 야바위꾼들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숨겨 놓은 카드나 주사위를 맞추는 도박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높은 곳에서도 우리 나라와 같은 게임을(물론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어디 가나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에는 게스트하우스 1층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트렉커들과 함께 모여 술도 마시고 파티도 하고 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 무리의 영국인 단체관광객들과는 '지성 팍'으로 시작하여 '지성 팍'으로 마무리되는 '지성 팍' 으로 하나된 순간이었습니다. (솔직히 박지성의 인기를 긴가민가 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미안할 따름이었습니다)

 

즐거운 밤을 보내고 맞았던 새벽 하늘에는 빈 공간 하나 없이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Oh my GOD"을 외치는 소리들. 날이 무척이나 추웠지만 하늘 가득한 별을 열심히 마음속에 새기며 푼힐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전망대 곳곳에는 저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가득했고 서로 서로 기대어 한 껏 부푼 기대와 소망을 가지고 얼른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해가 뜰 때 빌기로 한 소원들을 마음속으로 열심히 되 뇌 였구요. 드디어 해가 뜨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표정에서 얼마나 그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고 소망해 왔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TV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보았던 그 히말라야 설산들이 바로 내 눈 앞에 펼쳐진 그 활홀한 풍경 앞에서 자연스레 경건해 졌습니다.
오랜 시간 그리워 왔던 그 풍경을 실제로 마주한 순간의 그 감동과 감격은  제 평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전망대를 내려왔고 나와 일정이 달랐던 일본인 할아버지와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서로의 행운을 빌며 헤어졌습니다. 히말라야 높은 지역의 날씨는 아무도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요 그 아침의 좋던 날씨는 곧 사라졌고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 들어선 산림이 우거진 길은 마치 짙은 밤 같이 어둑어둑 하였구요. 그리고 길 중간에서 보게 된 한 푯말 "되도록이면 어두울 때 걷지 말고 걷게 되면 두 명이상 함께 걸으시오" 상상을 해보세요. 수풀이 우거진 외딴 길에 날은 흐리고 어두 컴컴하며 그 와중에 만난 저런 글귀라. 이때부터 머리칼이 쭈뼛 쭈뼛, 온몸에는 닭살이 한 가득 이었습니다.

 

한 30분을 걸어 내려갔을까 조금씩 비가 쏟아 지더니 어느새 폭우로 바뀌고 주먹만한 우박까지 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빗물을 튕겨 내며 나를 보호해주던 고어텍스 잠바와 등산화는 어느 순간 물을 머금기 시작하더니 금새 물먹은 하마가 되어 버렸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저는 앞만 보며 100m 전력질주 하듯 미친 듯 뛰어 내려 갔습니다. 미끄러운 길에 몇 번, 돌맹이, 나무뿌리에 몇번을 넘어졌는데도 다시 일어나 뛰던 그때를 생각하면 '역시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초인의 힘을 발휘하게 되는구나' 생각해 봅니다. 한참을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내려가다 드디어 한 네팔리를 만나게 되었고 그 분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다행히 넘어지면서 다쳤던 부위들은 괜찮았고 으슬으슬 하던 감기 기운도 한결 나아졌습니다. 내 은인 네팔리에게 비상용품으로 챙겼던 신라면 한 봉지, 다이제스티브와 함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처음 산을 올랐던 곳으로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었습니다.

 

3. 걷고 난 뒤


짧다면 짧았던 3박4일의 기간이었습니다. 한참 남은 계단 앞에서 힘이 풀려 버린 다리, 밤마다 잠을 방해했던 추위, 예상치 못했던 우박과 폭우, 턱 밑을 가득 채웠던 거침 숨소리, 속옷까지 가득 적시며 흘린 땀들. 생각해보면 아찔하고 힘들었던 기억들 이지만 이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제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마음 속 깊이 간직 하고 계시는 버킷리스트들을 꺼내어 보세요. 그리고 적어 보세요. 그 중 하나를 택해 오늘 한 번 시도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분명 그 시도는 멋진 추억으로 여러 분께 힘이 될 것입니다. 

 

걷는 동안 찍었던 많은 사진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으로 <히말라야를 걷다 1편>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은 말인데요.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정직하게 마음을 전한다"고 합니다. 이 사진을 볼 때면 힘은 들었지만 늠늠하고 당당하게 걸었던 2년 전의 추억이 생각나 기분 좋아 지거든요.


여러분들도 뒷모습이 더 당당하고 멋진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

 

P.S 혹시 네팔 트레킹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들은 글 남겨주시면 성심껏 경험을 나누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 ARTICLES

FINE_PEOPLE

화통이의 프라하 탐방기(1) 2016.10.10

FINE_PEOPLE

2016 롯데정밀화학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안내 2016.09.06

FINE_PEOPLE

프랑스 파리에서의 산책 (프랑스 파리 여행기) 2013.07.17

FINE_PEOPLE

히말라야를 걷다 (히말라야 여행기②) 2013.07.11